날이 부쩍 추워졌습니다. 어제보다 더 추워진 오늘, 아침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외투를 걸치고 등교를 하는 학생들 또는 출근을 하는 회사원들이 보입니다. 간혹 목도리나 귀마개를 쓴 사람들이 보이기도 합니다. 그들의 두꺼운 옷차림은 겨울이 왔음을 알려줍니다.
겨울은 한 해의 마지막 계절입니다.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올 한 해도 무사히 지나갔음에 감사합니다. 저는 2023년을 보내면서 올 한 해, 저를 힘들게 한 사건들도 많았지만 그만큼 그 시련들을 견딜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사람들에게 쓸 편지지를 샀습니다. 한 글자 한 글자 진심을 담아 쓴 편지에서는 올해에 있었던 감사함, 앞으로도 함께 하고 싶은 기대감 그리고 보고 싶은 이에게 전해보는 그리움이 묻어납니다.
저는 가끔 스스로에게 편지를 쓰기도 합니다. 수신인도 발신인도 제 이름이 담긴 편지들은 어디에 붙이지도 못하고 제 방구석에 쌓여있습니다. 그냥 편지를 쓰자는 막연한 생각이 들어서 썼던 편지들이었습니다. 언젠가 다시 꺼내어 읽어보겠지 생각하며 딱히 상자 같은 곳에 소중히 모아 두진 않았습니다. 방구석이나 썼던 그 자리에 그대로 두기도 하였습니다. 그 때문에 무언가를 찾는다고 방을 청소하면 엇 저건 뭐지 싶어 꺼내보니 수신인이 저였던 편지가 발견되는 해프닝이 종종 발생합니다. 저는 날짜나 쓸 때의 기억도 자세히 나지 않지만, 그것들을 모아 전부 읽어보지는 않아도 늘 같은 말을 썼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.
아프지 않기를 건강하기를 넘어져도 금방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기를
저는 타인이 써준 편지에는 두 배 세배로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면서 아프지 말라는 스스로에게 건넨 다정함에 답장을 한 번도 하지 못했습니다. “나는 네 생각대로 그렇게 지내지 못했고 지금도 그렇지 못해. 언젠가 네가 생각하는 멋진 모습의 내가 되었을 때 그때 답장해 줄 수 있을 것 같아.” 이게 제 숨은 진심이지만 막상 쓰려니 기분이 좋지 않고 펜이 잡히지 않았습니다. 저는 언제쯤 그 많은 편지들로부터 답장을 할 수 있을까요?
여러분도 2023년이 지나가기 전, 스스로에게도 편지를 써보는 건 어떤가요
불안하고 나만 뒤처지는 걸 느낀다면 이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.
우리는 우리만의 원석을 다듬어가는 중이라고
원석을 다듬는 과정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일이고 고된 일이기도 합니다.
그 안에 있는 보석이 빛을 바라는 시기가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일단 우리의 원석 안에 그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.